한국의 펠로우

조명숙 펠로우

2018.03.12


PROBLEM

해마다 1,500명가량의 북한 주민이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해 남한 땅을 밟습니다. 90년대 중반 북한을 덮친 기근으로 97년경부터 급작스레 북한이탈주민이 증가한 이래, 남한은 매년 최대 3,000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을 받아들여 왔으며,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출신 주민은 총 28,000명(2015년 6월 기준)에 달합니다.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는 달리 세계에서 가장 삼엄한 무장경비를 자랑하는 남북한 간 국경을 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모든 북한 주민은 중국을 가로지르고 태국이나 라오스 등 제3국을 거치는 기나긴 여정 끝에 대한민국 영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북한 주민 중 70%는 여성으로, 이들 중 다수는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 매매혼, 강제송환의 위험과 이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 등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게 됩니다.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 차원에서 도움을 받아야 함은 자명하나, 기존의 정착 지원 시스템은 이를 우선순위로 삼기보다는, 북한이탈주민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빨리 사회에 편입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일차적으로 가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나, 북한이탈청소년의 가족은 이산과 생활고로 인해 이러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북한이탈주민은 일상의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카페에서 영어와 이탈리아어 일색의 메뉴판을 보고 음료를 주문하거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영화 티켓을 사는 일이 굉장히 낯설 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일에서조차 버거움을 느낍니다. 남성적 군사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는 몸싸움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자아비판 식의 과장된 비판을 통해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낯선 사회 규범은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온전히 몰입된 상태에서만 습득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북한이탈 청소년들은 낯선 문화를 탐방하고 알아가기에는 너무도 지쳐 있으며, 이들이 적응하는 동안 구심점의 역할을 해야 할 가정 역시 결여된 실정입니다. 

상급학교 진학과 자격증 취득 등 가시적인 동화(同化)를 강조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북한이탈청소년의 삶에 또 하나의 커다란 장벽입니다. 한국의 공교육은 그 운영 방침이나 교과 과정 면에서, 매우 안정적이고 균일한 인구 집단을 전제하여 설계된 탓에, 이주여성(다문화가정) 자녀, 외국인, 북한이탈학생 등 작금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새로운 집단의 필요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공립학교를 선택한 북한이탈청소년은 갖가지 제도적, 문화적 장벽과 싸워야 하는데,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문화는 언어적·문화적 차이를 핸디캡으로 지닌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장애물입니다. 게다가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북한에서의 최종 학력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담임교사나 또래 친구들은 이 모든 특수한 상황에 공감해 주지 못해, 북한이탈청소년은 더욱 큰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이 모든 요소가 북한이탈청소년에게 너무나도 불리하고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깊어 긴 치유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경우나 제3국 체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학령기를 놓치고 이미 20대에 들어선 경우에는 남한의 공립학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특수 상황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학교들이 설립되었지만,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자원이 부족해 트라우마를 치유하여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전인적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복합적 난관은 북한이탈주민 공동체에 커다란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남한 거주 북한이탈주민 자살률은 OECD 1위인 대한민국의 평균 자살률의 세 배이며(통일부, 2012년), 북한이탈청소년 중도탈락률은 대한민국 태생 청소년의 세 배(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전수 조사, 2014년), 북한이탈주민 실업률은 전국 평균의 세 배이고 임금 수준은 남한 주민의 2/3(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전수조사, 2014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소수자 집단의 지속적 유입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단일민족국가’라는 정체성이 강한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은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새로운 시민 집단을 수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습니다. 북한 내의 정치적 불안 상황은 항구적이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과도 직결됩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가장 소외된 청소년 집단인 북한이탈청소년을 위해 일하며, 소수자를 구조적으로 낙오시키는 불합리한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가 공감과 관용에 기반하여 '타자성'을 존중하도록 촉구합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북한이탈청소년을 복지 제도의 무력한 수혜자에서 건강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이미 구축해 내었으며, 앞으로의 인구 변동에 대한민국 사회가 효과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NEW IDEA

북한에서 그리고 탈북 과정에서의 트라우마와 남한 사회 적응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북한이탈청소년에게 정착 지원과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북한이탈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교육적 접근 방법은 주로 이들을 일반 학교에 편입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검정고시를 치르게 해 가능한 한 빨리 사회에 편입하도록 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학업에 치우친 이러한 접근법은 오히려 북한이탈청소년이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명숙 펠로우의 제1 교육 철학은 모든 학생에겐 그들에게 맞는 교육 방식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탈학생들에게는 그들의 가족까지 고려한, 심리적인 회복과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이를 위해 정신 건강, 사회 적응, 학업 성취라는 세 목표를 모두 균형 있게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커리큘럼을 고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북한 체제 하에서, 또 가혹한 탈북 여정 동안 유린당했던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꿈을 발견하며, 내적으로 충만한 개인,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이처럼 북한이탈청소년의 여건과 필요를 충분히 고려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바로 여명학교입니다. 조명숙 펠로우는 학교의 정규 커리큘럼을 학과 교육, 심리 치료, 사회 적응을 돕는 체험 활동 세 갈래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 중 최초로 학력 인가를 받아,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대한 부담을 떨쳐 내고 정신 건강과 사회 적응을 위한 여명학교의 프로그램에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학교에 심리 치료 전문가를 상주시켜 학생들이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명학교를 도심 중앙에 자리잡게 해,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마다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며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인적 안전망을 구축,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조명숙 펠로우의 목표는, 대한민국 공교육이 기존의 천편일률적 교육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소수자 집단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힘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조명숙 펠로우는 제도를 개혁, 다문화 인구 증가라는 현실의 변화에 교육 시스템이 더욱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통일부의 관계자들을 설득하여, 인가 받은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에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새로운 제도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특화된 학교를 만드는 시도가 학교 시설의 규모 등으로 인해 좌절되지 않도록,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를 개선했습니다.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대안학교들이 정부로부터 학력을 인가 받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조명숙 펠로우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더욱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추고, 소수자와 이민자를 마찰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