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펠로우

정혜신 펠로우

2018.03.12


PROBLEM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34개 회원국 자살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가 28.4명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 평균(11.3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연간 자살 사망자는 약 1만 4000명(평균 하루 38명)이며, 자살 시도자는 약 15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의 자살율은 특히 지난 1990년대 말 한국의 금융 위기 이후에 급속히 증가해, 최근 10년 동안 약 3배로 뛰었습니다.

그 동안 한국의 자살예방 대책은 주로 의학적 모델 중심의 접근, 질병 위주의 개념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자살 고위험군은 곧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전제 하에, 지역 사회복지사와 보건소 직원들을 ‘자살예방지킴이(Gatekeeper)’로 교육한 후, 그들이 자살 고위험군과 위험 징후를 발견하여 이에 대해 의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 온 것입니다. 그 동안 이런 방식으로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자체에서 연간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하지 못했는데,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후 평가에서 ‘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중심적 접근의 한계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최근 정신 건강에 대한 필요가 급증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시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데는 강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합니다. 항상 뛰어난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감정적 또한 심리적 어려움이 약점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중년의 남성들 사이에서 그렇습니다.

 

NEW IDEA

지난 60년간 한국 시민들은 세대마다 거대한 폭력의 물결들을 경험했습니다. 한국 전쟁을 시작으로 1970, 80년대 군사 정권의 시민들에 대한 국가 폭력뿐 아니라, 직업의 안정성과 경제적 유동성에 대한 믿음을 파괴한 1990년대 말의 금융 위기와 거대한 경제적 구조조정 또한 그랬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사회 여러 부분에 영향을 끼친 이런 연속적이면서 집합적인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그들의 상처 받은 심리적 상태를 사회의 규범과 기대를 통해 투영시키듯 그 부정적인 영향이 세대를 이어가며 전이되고 있습니다. 폭넓게 공유된 폭력의 경험과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연이은 세대의 집합적인 트라우마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자살률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정신 건강 돌봄 시스템은 이처럼 개개인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의 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크게 부족합니다. 이 문제의 규모와 여러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숫자의 전문 의료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적 정신 건강 문제만 다루도록 훈련되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혜신 펠로우는 많은 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본적인 치유와 상담들을 진행할 수 있는 자신감과 적절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고 저렴한 자가-진단 도구부터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치유 모델에 이르기까지 정혜신 펠로우는 복제가 쉽게 가능하며 스스로 증배하는 모델들을 개발해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정신 건강과 관련해 사실상 거의 자원으로 활용된 바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치유 릴레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혜신 펠로우의 접근 방식에서 핵심적인 원리는 바로 공감 능력이야말로 치유의 열쇠이며, 진정한 공감은 공유된 경험에서 나온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근대사에서 겪은 트라우마는 사회적 부담이 아닌 공감을 위한 자산이 됩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정혜신 펠로우는 고문 피해자나 집단해고노동자 및 그 가족들의 심리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한 경험을 통해, 극심한 심리적 내상을 겪은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심리적 고통과 그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상담사이자 심리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정혜신 펠로우는 평범한 시민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부여 함으로써 이 원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