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펠로우

서명숙 펠로우

2018.03.12


PROBLEM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국민 인구와 GDP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주요 OECD 국가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멕시코 시티의 두 배, 뉴욕시의 여덟 배에 달하며, 심각한 교통 체증과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은 주로 정부가 주도하여 왔습니다. 대체적으로 중앙정부는 몇몇 성장거점을 지정하고 인프라 건설과 산업 개발을 통해 해당 지역의 경제사회적 성장을 촉진해 왔습니다. 지자체는 관공서, 유명 행사나 대회, 기업체를 유치하여 대규모 투자와 인구 유입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방 스스로가 가진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훼손하는 천편일률적 지역 개발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지자체의 예산 우선순위 결정에 의견을 반영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데 등 소극적인 것에 그쳤습니다.

지자체가 관광업을 선도 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경우에도 외지 자본, 고가 관광 상품 중심의 대규모 시설 개발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또한 인위적으로 정해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 관광 상품이 대세를 이루어 대부분의 지역주민의 삶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이 경우 관광 수익의 대부분은 외지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현지 주민은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자연 자원과 문화적 자산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활용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극심한 경쟁과 노동간의 증가라는 사회적인 압박을 초래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근무시간이 긴 나라로, 한국인의 평균 근로 시간은 1년에 2,090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6 시간보다 훨씬 높습니다. 근무 시간이 길어질수록 쉼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NEW IDEA

서명숙 펠로우는 정부 주도, 대규모 자본 투자 위주의 지역 개발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서 저비용일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역 변화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서명숙 펠로우가 설립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걷는 길을 발굴, 개척,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단순히 지역 개발 정책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관 협동 방식을 넘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지역의 경제와 문화, 자연 자원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제주올레는 친환경 여행 이상의 의의를 갖습니다. 보통 도보 여행 길들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는 적어도 3개의 마을을 지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는 여행객들이 관광지가 아닌 일반 제주 지역 사회의 일상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제주 사투리로 개인의 집과 마을을 잇는 골목길을 뜻하는 단어인 ‘올레’는 이러한 제주올레의 원칙을 잘 반영합니다. 공동체가 힘을 모아 길을 내고 유지하는 과정, 그리고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지역사회에 도보 관광객이 찾아오는 과정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경험하고, 자신의 문화와 자연,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키웁니다. 서명숙 펠로우는 또한 제주올레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발판삼아 관광업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올레길과 연관된 다양한 프로젝트와 경제 활동 기회를 마련해왔습니다. 즉, 제주올레는 지역사회와 외지인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명숙 펠로우는 제주올레를 시민이 주도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변화의 모델로 정립하고, 특히 한국과 비슷하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에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일본, 중국으로 제주올레의 모델이 전파될 수 있도록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개발해왔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의 모델과 원칙들을 다른 기관, 국가에 교육하는 센터이자 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